일상의 영성 - '부르심을 받은 자'
로마서 1:6-7
너희도 그들 중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것으로 부르심을 받은 자니라. 로마에서 하나님의 사랑하심을 받고 성도로 부르심을 받은 모든 자에게, 하나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은혜와 평강이 있기를 원하노라.
바울이 자신의 편지를 받는 대상인 로마에 있는 그리스도인들을 “부르심을 받은 자”라고 표현한 것은 단순한 인사는 아닙니다. 로마 교회는 바울이 직접 개척한 곳이 아니었기에 그러한 명칭을 사용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들에게 교회란 '부르심을 받은 자'라는 신학적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 였을 것입니다. 그리스도 안에 있는 저와 여러분 모두 '부르심을 받은 자'입니다.
‘부르심을 받은 자’라는 표현은 단지 초대받은 사람들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이는 하나님의 주권적인 은혜의 부르심을 의미합니다. 성경에서 ‘부르심’은 종종 하나님의 구속 사역 안에서 선택된 자들을 구원으로 이끄시는 하나님의 능동적인 행동을 말합니다(롬 8:30 “또 미리 정하신 그들을 또한 부르시고…”). 이것은 인간의 의지나 행위가 아닌, 하나님의 뜻과 계획에 따라 이루어진 구원의 시작을 뜻합니다. 로마 교회 성도들은 단순히 교회에 나온 사람들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들을 먼저 부르셨기 때문에 예수 그리스도께 속하게 된 자들입니다. 6절에서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의 것으로 부르심을 받은 자"라고 표현합니다. 이 말은 부르심의 결과로 그들이 더 이상 자기 자신의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 속한 존재, 곧 그리스도의 소유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정체성의 전환을 말합니다. 세상이나 자신이 주인이던 삶에서 이제는 예수 그리스도가 주인 되신 삶으로 전환된 자들이라는 것입니다.
7절에서는 “성도로 부르심을 받은 모든 자에게”라고 말합니다. 이 역시 단순히 도덕적으로 착하거나 종교적인 사람이 되라는 의미가 아니라, 하나님께 구별된 자, 곧 거룩한 목적을 위한 부르심을 받은 자를 뜻합니다. ‘성도’는 본질적으로 ‘거룩하게 된 자’, 즉 하나님의 은혜로 구별되어 하나님을 위해 사는 자입니다. 그러므로 ‘부르심을 받은 자’라는 말 속에는 하나님의 소유로 구별된 존재로서의 책임과 사명이 함께 포함되어 있습니다. 바울이 ‘부르심을 받은 자’라고 표현할 때, 그것은 단지 한 사건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 속으로 들어온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 관계 안에서 살아가도록, 곧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고, 복음을 증거하며, 거룩한 삶을 살아가도록 부름을 받은 것입니다.
바울이 로마 성도들을 ‘부르심을 받은 자’라고 부른 것은 그들의 정체성과 존재의 근원이 하나님의 주권적 사랑과 은혜의 역사에 있다는 사실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또한, 이는 그들이 그리스도께 속한 자로서의 삶을 살아가야 할 책임과 거룩한 사명이 있음을 말해줍니다. 정리하면, ‘부르심을 받은 자’라는 말 속에는 주권적인 하나님의 은혜와 예수 그리스도께 속한 정체성, 그리고 거룩한 존재로서의 삶의 목적과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오는 사명과 삶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이 ‘부르심’을 받은 자로서,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고, 예수 그리스도께 속한 자로서의 정체성을 붙들며, 거룩한 삶과 복음의 증인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일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