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칼럼/지하 교회의 신앙으로

교회에 대한 관점의 전환

Pilgrim0913 2022. 3. 25. 15:25

지난 2년여의 펜데믹 기간은 교회에게 큰 변화와 도전을 가져왔음이 분명하다. 예배당에 모여 주일예배를 드릴 수 없는 상황이 오래 지속됨으로 인하여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교회와 신앙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게 됐다. 대면 예배, 비대면 예배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진정한 예배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쟁도 있었고, 예배의 장소와 교회 건물의 의미에 대한 생각들도 넘쳐났다. 이 시기에 정부의 방역조치가 교회에 대한 통제를 의도했는지의 여부를 떠나서 소위 교인이라 하는 사람들중 대다수가 더 이상 모여서 드리는 예배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현상이 일어난 것도 사실이다. 이제 다시 자유롭게 모일 수 있는 상황이 되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모여서 드리는 예배에 참석하지 않는다. 혹자는 이러한 현상을 가리켜 교회의 거품이 제거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어쩌면 펜데믹이라는 기간은 교회가 신앙을 점검하고 분별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교인의 수의 감소가 바로 교회의 재정의 문제로 연결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교회의 지도자들은 다시 예전의 규모를 유지해야하는 압박을 느낄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하나님께서 가지치기 해 놓으신 것에 새로운 가지가 나기를 기다리며 일하지 않고 엉뚱한 가지들을 붙이려고 해서는 안될 것이다. 교회는 거듭난 사람들의 모임이 되어야 하고 그리스도의 복음을 듣고 행하는 일 외에 다른 목적을 가지지 않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이제 교회의 지도자들은 이러한 도전과 변화 앞에 서 있다.

 

사실, 상기의 이야기는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 한정된 것이다. 예배당이나 교회 건물이라고 하는 것이 애당초 존재하지도 않은 나라들에도 교회 공동체는 존재하고, 대면 예배가 예배냐 비대면 예배도 예배냐 하는 이런 질문이 아무 의미가 없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다는 이유 만으로 삶이 위험한 곳에서 목숨을 걸고 예배하는 성도들이 있다. 그들에게 펜데믹은 오히려 감시와 검열이 느슨해진 기간이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바이러스가 위험하다고 하나 그들의 삶은 이미 이전에도 위험했고, 바이러스로 인해 모이기가 힘들었다고고 하나 이미 그들은 이전에 그 보다 더 힘든 상황도 감수하며 모이기를 힘써왔다. 우리는 모이지 못해서 신앙생활이 어려웠다고 말하지만 그들은 고립될 수록 더 뜨겁게 주님을 예배해 온 성도들이다. 이러한 성도들을 지하교회라고 부른다면, 모든 참된 교회는 지하교회이어야 할 것이다. 교회가 그리스도의 한 몸으로서 서로 연결되어있다는 성경의 말씀을 생각할때 지하교회의 성도들과 연결된 자유세계의 성도들이라면  대면과 비대면이 신앙을 좌우하는 그런 교인들이 아닌 "지하교회 성도"가 되어야 한다. 자유세계의 교회들은 흔히 박해를 받은 교회의 성도들을 동정하고 도와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정작 그들의 신앙 수준은 믿음의 대가는 치르지 않고 편안한 모임 정도를 바라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오히려 자유세계의 교회들이 지하교회의 성도들로부터 배우고 그들과 같은 신앙으로 깨어나는 것이 더 우선적인 일일 지도 모르겠다.

 

지난 수년 동안 자유세계의 교회들이 끊임없이 성경적 교회로 돌아가야 한다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성경의 교회들을 접할 때면 그들은 분명 "지하교회"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만약 오늘날에 박해 가운데 있는 지하교회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성경에 나타나 있는 교회의 모습과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성경의 교회들은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 인해 시작되었다. 박해는 그러한 교회의 믿음과 정체성을 세상에 드러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는 흔히 자유세계에는 지하교회가 없다고 생각한다. 자유세계에는 교회에 대한 박해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회에 대한 박해는 자유세계라고 불리는 세상에도 엄연히 존재한다. 개인의 영역에서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차원에서도 세상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을 미워하고 팝박한다. 자유 세계일수록 더욱 더 교회의 믿음과 정체성이 선명하게 드러나야 할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박해가 없다고 느끼거나 먼 얘기로 들린다면 그것은 마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 인해 기꺼히 고난을 당할 교회가 없다는 얘기처럼 들린다. 더불어 성경적 교회로 돌아가자는 말도 공허한 외침이 된다. 우리는 현재의 지하교회들을 통해서 성경이 말하고 있는 교회가 무엇인지, 교회가 가진 믿음의 본질이 어떠한지 깨달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자유세계의 교회도 지하교회의 신앙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그에게서 온 몸이 각 마디를 통하여 도움을 받으므로 연결되고 결합되어 각 지체의 분량대로 역사하여 그 몸을 자라게 하며 사랑 안에서 스스로 세우느니라' (에베소서 4장 16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