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29

777.7Km

매년 10월 초에서 중순경이 되면 밴쿠버에서 보이는 워싱턴주 국경 근처의 마운틴 베이커에 단풍이 절정을 이룬다. 올해도 꼭 가보고 싶어서 토요일 아침 일찍 국경을 향해 출발했다. 그런데 국경은 생각보다 차가 많았다. 얼마나 오래 기다려야 할지 알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베이커 산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다른 곳을 다녀오기로 했다. 여름에 원주민 지역에 방문하고 오던 중에 들렸던 유명한 타코 식당이 있는 곳으로 로드 트립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가보지 않은 길을 택해서 가면 좋은 여행이 될 것 같았다. 아내는 그 식당에 가보지 못했기 때문에 아내와 함께 가서 타코를 먹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곳까지 거리는 350키로 정도 되었다. 중간 중간에 처음 가는 길을 지났다...

추월한다는 것

도로 여행을 하다 보면 앞 차를 추월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도로 표시에도 추월이 가능한 구간이 있고, 어느 곳은 추월할 수 있는 도로를 만들어 놓고 몇 키로 구간인지 명시해 놓은 곳도 있다. 캐나다의 도로는 차가 많지 않고 속도위반을 감시하는 카메라 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때로는 속도를 즐기기 위해 추월을 하는 경우도 있게 된다. 어쨌든 열심히 앞의 차를 추월하며 신나게 달리다 보면 어느새 추월 자체가 운전의 목적이 되어 버리기도 한다. 마치 앞에 나타나는 모든 차를 추월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이 운전을 하는 것이다. 다행히도(?) 나의 운전 솜씨가 좋아서가 아니라 대부분의 차들이 자기 속도를 지키기 때문에 추월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고 여러 복잡한 추월 상황을 극복(?)하..

대접하는 것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누가복음 6:31) 복음은 개인적이지만, 또한 관계적이다. 나를 만나주는 사람들 중에서 '내가 잘 대접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란 없다. 만약, 대접해야 할 사람과 그냥 형식적으로 시간을 보내도 되는 사람을 나누거나, 좋은 인상을 남겨야 하는 만남과 아무래도 상관없는 만남이 따로 있다면, 결국 아무에게도 대접받을 수 없을 것이다.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하시고"(마 25:40)

목회를 하지 않았던 이유

교회 사역에 대한 나의 관점은 삼십대에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던 것 같다. 그때에 나는 여러 나라의 교회들에 가서 볼 수 있었는데, 대부분 그들의 신앙생활이 곧 그들의 삶의 전부였던 사람들이었다. 즉 그들의 신앙생활은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였고, 신앙이 아닌 다른 것에 여유를 부릴 틈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당연히 그들은 항상 말씀을 갈망했고, 지도자들은 가능한 모든 시간에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가르쳤다. 생존을 위한 어려운 삶, 끊임없이 위협 받는 불안정한 삶 속에서 그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은 어느 한 순간도 놓쳐서는 안되는 보화와 같았다. 내가 삼십대를 시작할 때만 해도 출석했던 한국 교회에서 이러한 신자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십년쯤 지난 후 내가 목사가 되었을 때에 한국 교회는 이런 신자들을 ..

여행가로서의 꿈

젊은 시절에는 여행을 하면서 일할 수 있는 직업을 갖는 것이 꿈이었다. 그래서 선교사가 되었지만 ㅎㅎ 요즘에는 여행 유튜버라는 직업이 있다. 지금 내가 젊은이였다면 분명 여행 유튜버 비슷한 것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삼십대에 전세계에 가보고 싶은 곳들을 모아 하나 하나 계획을 짰던 적이 있다. 대부분 쉽게 가기 어려운 지역들이었는데, 그래도 하나님이 많은 곳을 보게 해주셨다. 지금은 그 가기 어려운 지역들을 유튜버들이 아주 쉽게 가는 듯 하다. 여행을 하면서 수입을 창출할 수 있으니 지속적으로 여행을 하고 자연스럽게 전문가가 되는 것 같다. 나도 나름 여행 좀 했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ㅋㅋ 어쨌든 삼십년 전에는 꿈에 가까웠던 일들이 이제는 현실이 되었다. 그렇다면 내 꿈도 다시 현실이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