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일상의 풍경 23

대접하는 것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누가복음 6:31) 복음은 개인적이지만, 또한 관계적이다. 나를 만나주는 사람들 중에서 '내가 잘 대접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란 없다. 만약, 대접해야 할 사람과 그냥 형식적으로 시간을 보내도 되는 사람을 나누거나, 좋은 인상을 남겨야 하는 만남과 아무래도 상관없는 만남이 따로 있다면, 결국 아무에게도 대접받을 수 없을 것이다.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하시고"(마 25:40)

목회를 하지 않았던 이유

교회 사역에 대한 나의 관점은 삼십대에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던 것 같다. 그때에 나는 여러 나라의 교회들에 가서 볼 수 있었는데, 대부분 그들의 신앙생활이 곧 그들의 삶의 전부였던 사람들이었다. 즉 그들의 신앙생활은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였고, 신앙이 아닌 다른 것에 여유를 부릴 틈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당연히 그들은 항상 말씀을 갈망했고, 지도자들은 가능한 모든 시간에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가르쳤다. 생존을 위한 어려운 삶, 끊임없이 위협 받는 불안정한 삶 속에서 그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은 어느 한 순간도 놓쳐서는 안되는 보화와 같았다. 내가 삼십대를 시작할 때만 해도 출석했던 한국 교회에서 이러한 신자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십년쯤 지난 후 내가 목사가 되었을 때에 한국 교회는 이런 신자들을 ..

여행가로서의 꿈

젊은 시절에는 여행을 하면서 일할 수 있는 직업을 갖는 것이 꿈이었다. 그래서 선교사가 되었지만 ㅎㅎ 요즘에는 여행 유튜버라는 직업이 있다. 지금 내가 젊은이였다면 분명 여행 유튜버 비슷한 것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삼십대에 전세계에 가보고 싶은 곳들을 모아 하나 하나 계획을 짰던 적이 있다. 대부분 쉽게 가기 어려운 지역들이었는데, 그래도 하나님이 많은 곳을 보게 해주셨다. 지금은 그 가기 어려운 지역들을 유튜버들이 아주 쉽게 가는 듯 하다. 여행을 하면서 수입을 창출할 수 있으니 지속적으로 여행을 하고 자연스럽게 전문가가 되는 것 같다. 나도 나름 여행 좀 했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ㅋㅋ 어쨌든 삼십년 전에는 꿈에 가까웠던 일들이 이제는 현실이 되었다. 그렇다면 내 꿈도 다시 현실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재미있는 사람

어떤 사람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한다면 나는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재미있는 사람'은 웃기거나 재미있게 해주는 사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나의 기준에서 재미있는 사람이란 만났을 때 신나게 얘기하는 사람 또는 상대방이 신나게 얘기하도록 해주는 사람이다. 일 때문에 만난다면 일얘기만 하면 되고, 특별히 재미있을 필요도 없다. 할 얘기가 끝나면 헤어지면 된다. 그런데 딱히 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얼굴 한 번 봐야 해서 만날 때는 기본적인 일이나 안부에 대해 나눈 후에 이런 저런 얘기를 하게 된다. 이럴때 재미있는 사람은 무슨 얘기를 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을지라도 신나게 대화했다는 느낌을 남긴다. 반면, 재미없는 사람을 만나면 아무 얘기나 신나게 하게 되지 않는다. 보통 '재미없는 사람'은..

아줌마들의 음주문화

오랫만에 한국에 왔다. 펜데믹으로 인해 3년도 넘게 한국에 와보질 못했다. 한국 사회가 빠른 속도로 변해 간다는 것은 외국에 살면서도 느낀다. 마치 한 때 내가 살았던 한국은 더 이상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얼마전에 한국 아주머니들의 음주 문화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요즘 한국 사회가 여자들도 술을 많이 즐기는 분위기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아주머니들의 모임에 반드시 술이 있어야 한다는 말은 처음에 좀 믿기 어려웠다. 몇 해 전에 내가 아는 젊은 목사님의 아내가 암이 발견되어 사역을 내려놓고 당분간 가정을 돌보는 일에 전념하겠다고 소식을 전했었다. 이번에 그 목사님을 만나 소식을 물으니, 어려운 시간들이 다 지나고 아내의 건강이 많이 회복되어 관리만 잘 하면 된다고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주위..

봉사는 기쁜 것만은 아니다.

오랫만에, 아니 생전 처음인 것 같다. 동생의 머리를 감겨주고 수염을 깍아 주었다. 어렸을 때 장난으로라도 동생의 머리를 감겨준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교회에서 일년에 세차례 원주민 마을로 선교 여행을 간다. 그곳에서 선교팀이 주로 하는 활동은 미용, 한방, 마사지, 어린이 교육 등과 같은 봉사활동이다. 사람들은 그러한 봉사활동에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 물론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러한 행위는 자신을 자랑하거나 보람을 느끼기 위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누구가에게 베풀고 나눌 수 있는 것은 분명 기쁜 일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봉사에 대해 기쁜 감정을 갖고 있다. 그런데 동생의 머리를 감기고 수염을 깍아 줄 때에는 기쁘고 보람된 기분만은 아니다. 오랫만에 동생을 만났지만, 나이 오십을 넘긴 동생은 여..

불 가운데 있을 때

다니엘 3:15-28 내가 보니 결박되지 아니한 네 사람이 불 가운데로 다니는데 상하지도 아니하였고 그 넷째의 모양은 신들의 아들과 같도다 (다니엘 3:25) 하나님을 신뢰함으로 충성하는 사람들은 종종 인생의 불 가운데 던져진다. 그들이 불 가운데 있을 때에 사람들은 그와 함께 계시는 주님을 보게 된다. 주를 믿는 자들이 불 가운데 던져지는 것을 기뻐해야 하는 이유다. 거센 풀무불 가운데서 주님과 함께 걷는 세 사람은 자유롭고 평안하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가 인생의 불 속을 기뻐해야 하는 또 한가지 이유가 아닌가 한다.

요즘 미국 미디어에서는

요즘 미국 미디어에 매일같이 등장하는 이슈는 경제도 전쟁도 아닌 기후변화와 트랜스젠더 이다. 트랜스젠더는 성혁명과 관련된 것이고, 성혁명은 자유세계에 대한 공산주의 혁명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있던 것이다. 그것이 오늘날 미국에서 매일 매일의 신문과 방송을 차지하는 이슈가 되었다는 것이 놀랍다. 기후변화는 석유 에너지로 돌아가던 세상을 전기 에너지로 돌아가게 만들려는 의도를 가진 정책일 뿐인데, 일반 사람들에게는 거의 종말론과 같이 받아들여 지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사람들이 기억할지 모르지만, 현재 미국의 경제 문제는 땅에 넉넉히 묻혀 있는 석유를 파서 쓰지 못하게 하는, 기후변화를 근거한 정책으로 인해 시작된 것이다. 기후변화는 전쟁과 식량 문제도 일으킬 것이다. 사실, 실제 기후변화가 있어서 재난과 ..

전쟁의 소문

전쟁의 소식이 들린다. 전쟁은 늘 있었지만 언제부턴가 전쟁의 소식이 늘어났다. 전쟁터를 실시간으로 보는 시대에 살고있는데, 정작 전쟁의 진실이 무엇인지를 알 수 없다. 오로지 소문들이 전쟁을 만든다. 듣리고 보이는 것과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 이토록 다른 세상에서 소중한 것은 버리고 헛된 것은 피흘려 지키려 하는 사람들의 어리석음은 도대체 누가 원하는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예수님은 세상의 끝에 난리와 난리의 소문들을 들을 것이라 하셨다. 이것은 단지 전쟁이 많아지는 것을 넘어 '전쟁의 소문이' 많아지는 때를 말하는 것은 아닐까? 그 소문에 속고 또 속아서 결국 모든 인류가 스스로를 패망시킬 전쟁의 날까지 정신없이 달려가게 되는 그 시작을 인류는 이미 지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분명 마지막 추수의 때가 가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