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무화과나무가 무성하지 못하며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으며 감람나무에 소출이 없으며 밭에 먹을 것이 없으며 우리에 양이 없으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하박국 3:17-18)
위의 말씀을 가사로 한 찬양을 신나게 불렀던 기억이 난다. 곡조와 리듬에 흥이 겨워 이 말씀의 내용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마냥 즐거워한 것은 아닌지 생각된다. 예루살렘의 멸망이 이스라엘을 새롭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구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선지자의 기쁨을 그 때는 알지 못했다.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는 기쁨은 세상의 기준과 비교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무화과나무가 무성하지 못하고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고 감람나무의 소출이 없고 밭에 먹을 것이 없고 우리에 양이 없고 외양간에 소가 없는' 상황이 저주이고 불행으로 여겨지는 것은 우리가 본성적으로 세상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이 말씀은 세상에서는 '있어야만 하는 것들'이 하나님의 백성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광야가 바로 그랬다. 광야에는 어떤 열매나 소출이나 가축이나 수확도 없다. 그러한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어떻게 사십년 동안이나 생존하였는가?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공급하셨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그의 백성들을 구원하셔서 인도하신 땅은 열매나 소출이나 가축이나 수확 보다는 하나님만 바라보는 것이 더 중요한 곳이었다.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말했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 사십 년 동안에 네게 광야 길을 걷게 하신 것을 기억하라 이는 너를 낮추시며 너를 시험하사 네 마음이 어떠한지 그 명령을 지키는지 지키지 않는지 알려 하심이라. 너를 낮추시며 너를 주리게 하시며 또 너도 알지 못하며 네 조상들도 알지 못하던 만나를 네게 먹이신 것은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요 여호와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사는 줄을 네가 알게 하려 하심이니라'(신명기 8:2-3) '네 조상들도 알지 못하던 만나를 광야에서 네게 먹이셨나니 이는 다 너를 낮추시며 너를 시험하사 마침내 네게 복을 주려 하심이었느니라'(신명기 8:16).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은 원래 아무런 열매나 소출이나 가축이나 수확이 없어도 관계 없는 삶이다. 설사 이러한 것들이 풍성하게 있을지라도 광야의 여정을 기억하라는 것이 가나안 땅을 앞에 두고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주신 말씀이다. 광야의 초입에서 이스라엘은 이집트를 그리워했었다. 그러나 가나안 땅에서 하나님의 백성들은 광야를 그리워하지 않았을까? 마치 젖을 빨고 잠을 자던 어머니 품을 그리워하는 것과 같이 말이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낮추신 백성들의 모습이다. 우리는 어느새 열매와 소출과 재산과 수입 같은 것들이 없으면 저주이고 불행인 삶의 기준에 물들어 있다. 그러나 우리의 영혼은 분명 어머니 품에 안겨 평안과 고요를 누리던 그 때를 그리워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광야는 그렇게 우리가 낮아져서 하나님의 품에 안겨 쉼을 얻는 곳이다. 하박국 선지자의 고백과 같이 열매나 소출이나 가축이나 수확으로 자신을 자랑하거나 생존을 확신할 필요가 없는, 오직 하나님의 품 안에 누운 아이와 같이 하나님의 얼굴만 바라보며 즐거워하는 기쁨이 광야를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주어질 것이다.
"여호와여 내 마음이 교만하지 아니하고 내 눈이 오만하지 아니하오며 내가 큰 일과 감당하지 못할 놀라운 일을 하려고 힘쓰지 아니하나이다. 실로 내가 내 영혼으로 고요하고 평온하게 하기를 젖 뗀 아이가 그이 어머니 품에 있음 같게 하였나니 내 영혼이 젖 뗀 아이와 같도다. 이스라엘아 지금부터 영원까지 여호와를 바랄지어다"(시편 1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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