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일상의 풍경 23

은퇴 이후의 삶

2021년을 끝으로 선교사로 파송한 소속 교회에서 사임을 했다. 육십세에 은퇴 목사가 되는 경우가 많지 않기에 주위의 사람들은 왜 그렇게 일찍 은퇴를 했냐고 묻는다. 흘러가는 시간과 상황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고도 말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몇 년 전부터 마음 속에 사역을 마무리할 생각을 주셨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스도인이 아니었던, 대학 진학을 준비하던 시절에 나는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었다. 방송국에 들어가서 다큐멘타리를 제작하는 일을 꿈꾸었다. 그러나 결국은 신문방송학과이 아닌 대세(?)를 쫓아 비즈니스를 공부하게 되었고 꿈은 잊어버려야 했다. 후에 내가 왜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어했을까 돌아보니, 글을 쓰는 일뿐만이 아니라 세상 이곳 저곳을 다닐 수 있는 일을 좋아했기 때문인 것 같..

삶을 위협하는 세상에서

누구에게나 늘 마주하던 세상이 갑자기 두려워 질 때가 있다.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거나 소통할 수 없다거나 고립되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나는 어느날 갑자기 삶이 물위에 떠있는 것과 같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나의 현재가 위태롭고 불안정하게 여겨질 때 물 위를 걸어 제자들을 찾아오신 예수님을 생각한다. "안심하라 나니 두려워하지 말라"(마태복음 14:27) 인생이란 자체가 "물 위를 걷는 일"과 같이 인간의 힘으로 살아낼 수 없는 것임을 알게 된다. 그러나 예수님은 걸으셨고, 예수님이 허락하실때 베드로도 물위를 걸었다. 걷다가 빠져도 건져주셨고, 예수님과 함께 걸을 때에는 결코 물에 빠지지 않았다. 어느날 마치 불구가 된 것처럼 주저앉아 아무것도 할 수 없을때에도 우리는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 세상..

'추수할 일꾼'의 비전

누가복음 10장 2절 이르시되 추수할 것은 많되 일꾼이 적으니 그러므로 추수하는 주인에게 청하여 추수할 일꾼들을 보내 주소서 하라 소위 “타문화 선교”(Cross-Cultural Ministries)라고 부르는 현장에 참여한지 삼십여 년이 되었다. 처음 십 년은 선교동원가로서, 그 다음 이십 년은 목사 선교사로서 지나 온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선교활동에 대한 비전을 갖게 된 1990년도에 한국에는 ‘해외여행 자유화’라는 큰 변화가 있었다. 그 후 십 년간 많은 여행을 했다. 기독교 신앙을 금지하는 나라들에서 기도했고, 성경을 구하기 힘든 지하교회의 성도들에게 성경을 전달하기도 했다. 90년대 말에 필리핀에 학교를 시작하게 되는 것을 계기로 단기 선교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역 교회의 단기 선교 여행..

관계의 때와 거리

나의 관계에 대해 돌아본다. 가족 말고는 오래 지속되는 좋은 관계가 별로 없음을 발견한다. 인간관계의 실패냐 성공이냐 하는 판단 이전에 하나님께서 나의 관계를 주관하신다는 믿음을 갖는다. 좋은 관계가 지속되는 것이 좋겠지만 좋았던 관계도 멀어질 수 있다. 만약, 억지로 좋은 관계를 만드려고 했다면 결국은 멀어지게 된다. 좋은 관계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닌 듯 하다. 나는 마음이 약해서인지 미숙함 때문인지, 관계가 멀어지면 모두 내 탓 같다. 그러나 누군가 이유가 있어 나를 멀리할 수도 있고, 나도 이유가 있어 누군가를 멀리할 수 있다. 인간은 약하고 모든 것을 다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 멀어지는 것이 지혜로울 때가 있다. 좋은 관계는 하나님이 주시는 것이다. 관계의 거리도 하나..

'행복'은 발견하는 것이다.

행복은 스스로 발견하는 것이다. 무엇때문에 행복해지지 못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으로 인해 행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행복하지 못할까 염려할 문제라는 것은 없으며 행복할 것이라고 확신할 조건이라는 것도 없다. 행복은 언제 어디서나 어떤 상황에서도 발견할 수 있고 누릴 수 있다. 그리고, 하나님 안에서 행복을 발견한 사람이라면 결코 그 행복을 잃어버리지 않을 것이다.

"Implant" : (남의 마음에 생각, 태도 등을) 심다[뿌리 내리게 하다].

5월에 치아 임플란트를 시작했다. 10년전 치아를 총체적으로 치료하면서, 조금 흔들렸던 이 하나를 빼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조심해서 썼는데 2년전 딱딱한 것을 씹는 중에 다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20대 후반부터 잇몸병으로 고생했다. 그런데도 젊을 때는 심각한 줄 몰라서 치료에 집중하지 못했다. 40대 중반쯤 되어 필리핀에서 치과에 많이 갔던 생각이 난다. 필리핀에는 비교적 치과가 발달되어 있는 편이어서 여러가지 치료를 받았고 교정기도 했다. 그러나 고된 인생의 여정때문이었을까? 50대 초반에는 결국 12개의 치아를 잃었고 그 중 앞니 두개는 새로 하고, 위 아래 어금니 쪽 10개의 치아는 없는 채로 살고 있다. 이 상황에서 먹고 씹는 것에 지장이 없다는 것이 하나님의 은혜이고 기적일 뿐이다. 그때 아주..

매일 아침

매일 아침,아내는 출근을 하고나는 집에서 일과를 시작한다.아내는 출근 전에 부지런히남편의 아침을 만들어 놓고긴 하루를 위해 집을 나선다.어두운 새벽에 일어나출근하기 전에 이미 많은 노동을 끝낸아내의 뒷모습을 본다.가장 약한 자에게가장 큰 능력으로 나타나시는주님의 은혜를 만난다.일찍 집에 와 다리 쭉 뻗고 푹 쉴 수 있기를 바라지만,아직은 나의 때가 오지 않았다.안타까운 마음과 감사함,그리고,우리의 삶을 지키시고 이끄시는하나님의 선하심을 생각한다.

사랑으로 하는 것.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에 걱정해야 하는 것은 그 일에 대한 결과가 아니라, 그 일을 하는 동기이다. 즉, '사랑으로 하는 것인가, 아니면 욕망으로 하는 것인가'이다. 욕망으로 하는 것은 영원히 성공하지 못하고, 사랑으로 하는 것은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 특별히, 누군가와 동행할 때 그렇다. 그것이 여행이든지, 결혼이든지, 신앙이든지.

자녀와의 시간

자녀의 스물 네번째 생일. 여기까지 오게 하신 하나님 은혜. 앞으로도 지켜주실 하나님께 감사. 이 땅에서 자녀와 함께 하는 시간이 얼마인지 알 수 없지만, 스물 네번의 해가 더 지난다면 떠나는 나이쯤이 되지 않을까. 이제 반을 왔고 반이 남은 것이라면 함께 산을 올랐고 함께 산을 내려가는 때. 고되게 오른 만큼 즐겁게 내려올 시간들을 기대하며, 잠시 이별할 그 날을 기쁨으로 맞이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