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일상의 풍경

은퇴 이후의 삶

Pilgrim0913 2022. 2. 5. 13:21

2021년을 끝으로 선교사로 파송한 소속 교회에서 사임을 했다. 육십세에 은퇴 목사가 되는 경우가 많지 않기에 주위의 사람들은 왜 그렇게 일찍 은퇴를 했냐고 묻는다. 흘러가는 시간과 상황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고도 말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몇 년 전부터 마음 속에 사역을 마무리할 생각을 주셨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스도인이 아니었던, 대학 진학을 준비하던 시절에 나는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었다. 방송국에 들어가서 다큐멘타리를 제작하는 일을 꿈꾸었다. 그러나 결국은 신문방송학과이 아닌 대세(?)를 쫓아 비즈니스를 공부하게 되었고 꿈은 잊어버려야 했다. 후에 내가 왜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어했을까 돌아보니, 글을 쓰는 일뿐만이 아니라 세상 이곳 저곳을 다닐 수 있는 일을 좋아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방송국이 아닌 기업에 입사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해외 업무를 위해 세계를 돌아 다닐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그러다가 예수님을 만나게 되고 선교에 대해 들었을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채 단지 여행을 많이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선교를 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시작했던 여정이 지금 여기 캐나다에 까지 오게 한 것이다.

언제부턴가 종종 들던 생각이 있었다. 나이가 육십이 넘으면 어떤 특정한 주제를 글로 쓰는 일을 전업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아마도 어린 시절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었던 그 꿈이 아직 가슴 한 구석에 남아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동안 종종 나에게 책을 쓰라고 권하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나이가 육십은 되어야 뭔가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내가 그 나이가 되었고, 또 언젠가부터 자연스레 내가 다루고 싶은 특정한 주제도 생겼다. 2019년부터 '캐나다 순교자의 소리'를 후원하면서 "박해와 제자도에 대한 성경의 가르침"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5년 정도 일찍 사역을 마무리하게 하신 것은 결국 이 일을 5년 일찍 시작하게 하신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다. 나에게 은퇴 이후의 시간이 비교적 일찍 시작된 것과 남은 날 동안 복음을 위해 또 달릴 수 있는 일을 주신 것을 감사드린다. 스무살이 채 되지 않았던 나에게 그 꿈을 주셨던 분, 덮어두었던 그 꿈을 다시 꾸게 하신 하나님께서 그 분의 영광을 위해 또한 이끌어 가심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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